가톨릭 성경에만 있는 책 7권 | 제2경전(외경) 완전 정리 — 개신교와 다른 이유까지
가톨릭 성경에만 있는 책 7권 | 제2경전(외경) 완전 정리
개신교 성경과 가톨릭 성경, 왜 권수가 다를까?
서점에서 성경을 사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신교 성경은 구약 39권 + 신약 27권 = 총 66권인데, 가톨릭 성경은 73권입니다. 7권이 더 많아요. 이 7권이 바로 제2경전, 개신교에서는 흔히 외경이라고 부르는 책들입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데 왜 성경 권수가 다를까요? 이 글에서 그 이유와 함께 7권의 내용을 하나씩 정리해드립니다.
제2경전이란 무엇인가요?
제2경전(Deuterocanonical Books)이라는 말은 "두 번째로 정경에 포함된 책들"이라는 뜻입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이 책들을 정경(성경의 일부)으로 인정하지만, 개신교는 정경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기원전 300년~기원전 100년 사이에 주로 그리스어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그리스어 구약성경(70인역, LXX)에는 포함되어 있었지만, 히브리어 구약 정경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가톨릭 성경 추가 7권 — 하나씩 살펴보기
1. 토비트 (Tobit)
언제 쓰였나: 기원전 3~2세기 / 원본 언어: 아람어·히브리어 (그리스어로 전해짐)
앗시리아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 토비트와 그의 아들 토비아의 이야기입니다. 눈이 먼 아버지 토비트, 귀신에 씌여 남편이 계속 죽는 사라, 그리고 이들을 돕는 천사 라파엘이 등장합니다. 천사 라파엘은 성경에서 이름이 나오는 세 천사(미카엘·가브리엘·라파엘) 중 하나로, 가톨릭 신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신앙·가족·자선·기도라는 주제를 담은 이 책은 일종의 지혜 문학이자 신앙 소설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핵심 구절: "자선을 베푸는 것은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씻어 준다." (토비트 12:9)
2. 유딧 (Judith)
언제 쓰였나: 기원전 2세기 / 원본 언어: 히브리어 (추정, 그리스어로 전해짐)
이스라엘을 침략한 앗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에 맞서, 과부 유딧이 목숨을 걸고 적진에 들어가 그를 처단하는 이야기입니다. 성경 속 드라마틱한 영웅담 중 하나로, 서양 미술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카라바조, 클림트 등 수많은 화가들이 이 장면을 그렸습니다.)
신앙으로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는 작은 자의 용기를 담고 있습니다.
핵심 구절: "주 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의 힘으로 이루어 주십시오." (유딧 13:4)
3. 마카베오 상 (1 Maccabees)
언제 쓰였나: 기원전 1세기 초 / 원본 언어: 히브리어 (그리스어로 전해짐)
기원전 167년, 셀레우코스 왕국의 안티오코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을 더럽히고 유대교를 탄압하자, 마타티아스와 그의 아들 유다 마카베오가 이끄는 독립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유대인 명절 하누카(수전절)의 기원이 바로 이 시대 이야기입니다.
역사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언급한 "수전절"(요한복음 10:22)의 배경이 됩니다.
핵심 구절: "전쟁의 승리는 군대의 수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오는 힘에 달려 있다." (마카베오 상 3:19)
4. 마카베오 하 (2 Maccabees)
언제 쓰였나: 기원전 1세기 / 원본 언어: 그리스어
마카베오 상의 역사를 신학적으로 해석한 책입니다.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순교, 부활, 죽은 자를 위한 기도라는 신학적 주제를 다룹니다. 특히 연옥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교리의 성경적 근거로 가톨릭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책입니다.
7형제가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는 장면(7장)은 초대 교회부터 순교 신학의 핵심 본문으로 인용되어 왔습니다.
핵심 구절: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생각이다." (마카베오 하 12:45)
5. 지혜서 (Wisdom of Solomon)
언제 쓰였나: 기원전 1세기 / 원본 언어: 그리스어
솔로몬의 이름을 빌려 쓴 지혜 문학으로, 실제로는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기록된 것으로 봅니다. 지혜의 본질, 하나님의 섭리, 의인과 악인의 운명을 철학적으로 다룹니다.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유대 신앙을 변호하는 내용으로, 신약성경의 로고스(말씀) 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습니다.
핵심 구절: "지혜는 움직이는 것보다 더 기민하고, 그 순수함 때문에 모든 것에 스며들고 뚫고 들어간다." (지혜서 7:24)
6. 집회서 (Sirach / Ecclesiasticus)
언제 쓰였나: 기원전 180년경 / 원본 언어: 히브리어
"시라의 아들 예수"(벤 시라)가 쓴 실용적 지혜의 책입니다. 구약 잠언과 가장 유사한 책으로, 가정생활·우정·재산·말조심·부모 공경·기도 등 일상의 모든 주제를 다룹니다. 히브리어 원본 사본이 상당 부분 발견되어 있어 문헌학적으로도 중요합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자 교육용으로 사용되어 "교회의 책(Ecclesiasticus)"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핵심 구절: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사제들을 공경하여라." (집회서 7:29)
7. 바룩 (Baruch)
언제 쓰였나: 기원전 2~1세기 / 원본 언어: 히브리어 (추정)
예레미야 예언자의 서기관 바룩의 이름을 딴 책입니다. 바빌론 포로기의 기도, 지혜 찬가, 예언적 위로의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6장은 "예레미야의 편지"라고도 불리며 우상 숭배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분량은 짧지만 포로기 유대인의 신앙 고백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핵심 구절: "이스라엘아, 행복하여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바룩 4:4)
기존 책에 추가된 부분도 있어요
7권 외에도 기존 구약 책에 내용이 추가됩니다.
에스테르 — 그리스어판에는 히브리어 원본에 없는 기도문과 편지가 추가로 들어 있습니다.
다니엘 — 3장에 "아자리야의 기도"와 "세 젊은이의 노래"가 추가되고, 13장(수산나 이야기)과 14장(벨과 용 이야기)이 추가됩니다.
개신교는 왜 이 7권을 뺐을까?
가장 큰 이유는 히브리어 원본 유무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마틴 루터는 "히브리어로 전해지는 책만 구약 정경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제2경전 대부분은 히브리어 원본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주로 그리스어로만 전해졌기 때문에 정경에서 제외됩니다.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원전 3~1세기 — 70인역(그리스어 구약)에 제2경전 포함
- 기원후 90년경 — 얌니아 회의에서 유대 랍비들이 히브리어 정경 확정, 제2경전 제외
- 기원후 4세기 — 제롬이 불가타(라틴어 성경) 번역 시 제2경전 포함하되 별도 표시
- 1546년 —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가톨릭이 제2경전을 공식 정경으로 선언
- 16세기 종교개혁 — 루터가 히브리어 정경 원칙으로 제2경전 제외
자주 묻는 질문
Q. 외경과 제2경전은 같은 말인가요?
같은 책들을 가리키지만 관점이 다릅니다. 가톨릭에서는 "제2경전"이라고 불러 정경의 일부로 인정하고, 개신교에서는 "외경(Apocrypha, 숨겨진 책들)"이라고 불러 정경 밖의 참고 문헌으로 봅니다.
Q. 개신교 신자가 외경을 읽으면 안 되나요?
읽어도 됩니다. 개신교에서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읽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역사·문학·신학적으로 가치 있는 책들이며, 신구약 중간 시대(기원전 400년~기원후 1세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공동번역 성경에 외경이 포함되어 있나요?
네. 한국의 공동번역성서(1977)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동으로 번역했기 때문에 제2경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가 공동번역을 읽다가 낯선 책들을 발견한다면 바로 이 제2경전입니다.
Q. 정교회 성경은 어떤가요?
동방 정교회는 가톨릭보다 더 많은 책을 포함합니다. 에스드라 1서, 므나쎄의 기도, 시편 151편 등이 추가로 들어 있어 정교회 구약은 49~51권에 달합니다.
한눈에 정리
| 구분 | 구약 권수 | 제2경전 포함 여부 |
|---|---|---|
| 개신교 | 39권 | 미포함 |
| 가톨릭 | 46권 | 7권 포함 |
| 동방 정교회 | 49~51권 | 7권 이상 포함 |
마치며
제2경전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백 년에 걸친 교회 역사와 신학적 판단의 차이가 낳은 결과입니다. 개신교 신자라도 이 책들을 읽으면 신구약 중간 시대의 역사, 유대교의 사상, 초대 교회의 신학을 훨씬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교회가 왜 이 책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더 깊이 알 수 있고요.
성경은 읽을수록 넓어지는 책입니다.